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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태권도 80kg급 국가대표 서건우, 세계랭킹 1위 꺾고 파리올림픽 본선 직행

  • 작성자 김세준
  • 작성일 2024-03-06
  • 조회 281


 


산 넘어 산, 험난한 과정을 딛고 정상에 꽂은 태극기

서건우 학우(체육 22)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3일까지 영국 맨체스터에서 펼쳐진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남자 80kg급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마무리 차원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올림픽 랭킹 상위 16명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이번 무대는 7월 개막할 파리올림픽의 전초전이었다.

 

서 학우의 우승 과정은 험난했다. 8강전부터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림픽 랭킹 1위인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를 만났다. 2022년 대회에서도 결승에 올랐던 서 학우는 당시 알레시오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쉽게 첫 라운드를 내주긴 했으나 이후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다. 그 결과 라운드 점수 2-1(15-16, 15-11, 17-4)로 역전승을 따내며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가장 큰 산을 넘어서자 서 학우는 거칠 것이 없었다. 4강전에서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가 막아섰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대를 *라운드 점수 2-1(12-18, 21-21, 15-13)로 격파하고 결승에 직행했다. 엘샤라바티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로, 이날 기준 올림픽 랭킹 4위였다.

*2라운드처럼 동점일 때는 배점 높은 공격을 더 많이 성공시킨 쪽이 우세승. △머리 회전 공격은 5점 △몸통 회전 공격은 4점 △머리 공격은 3점 △발 몸통 공격은 2점 △주먹 몸통 공격은 1점 배점.

 

대망의 결승전. 상대는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올림픽 랭킹 3위인 세이프 에이사(이집트)였다. 이 경기에서도 서 학우는 라운드 점수 2-1(4-12, 15-2, 22-13)을 만들며 포효했다. 우승의 기쁨과 함께 그의 올림픽 랭킹도 9위에서 4위로 크게 뛰었다. 이로써 한국은 80kg급 파리올림픽 본선 자동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WT는 체급별 올림픽 랭킹 상위 5명이 속한 국가에 올림픽 본선 자동 출전권을 한 장씩 줬다. 순위 산정은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종료 시점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출전권 획득을 위해 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한국 선수 최초로 80kg급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다

그간 한국은 80kg급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단 한 번도 이 체급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선수가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이 체급 우승을 거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서 학우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한국 선수 최초로 80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도 대회 종료 후에야 처음 알았다. 당연히 1등을 목표로 훈련했지만, 내심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얼떨떨하면서도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은 체급별로 국가당 한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한 체급 내에서 출전권을 따낸 선수가 여럿일 경우 선발전을 통해 한 명을 가려야 한다. 한국에서 80kg급 출전권 획득에 성공한 선수는 서 학우가 유일하다. 따라서 그는 따로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본선 무대를 밟는다.

 

편집자주

태권도 종목에서 올림픽 본선 자동 출전권을 획득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①올림픽 랭킹뿐만 아니라 ②WT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시리즈 랭킹과 ③대륙별 예선 대회를 통해서도 티켓을 딸 수 있습니다.

한국 80kg급 선수 가운데 파리올림픽 본선 자동 출전권을 따낸 선수는 서건우 학우뿐입니다. 서건우 학우는 올림픽 랭킹 5위 안에 드는 데 성공해 경로①에 따라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다른 한국 선수들은 모두 80kg급 파리올림픽 본선 자동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만약 한 명이라도 세 경로 중 하나 이상을 충족했다면 별도 선발전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올림픽 본선 무대는 체급별로 국가마다 한 명씩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높이를 보완하며 완성한 그만의 특별한 경기 운영 방식

서 학우에 따르면 그의 신장은 184cm로, 한국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는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같은 체급에 속한 다른 선수들은 평균 190cm, 크게는 2m에 육박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장이 크면 다리 길이도 길 수밖에 없다. 태권도 선수들에게 있어서 다리 길이는 복싱에서의 윙스팬(팔 길이)과도 같다. 장장익선(長長益善), 즉 길면 길수록 좋다.

 

서 학우는 신체적 열세를 땀방울로 메꿨다. 그의 훈련량은 주변 선수들이나 지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심지어 그는 훈련 시간 외에도 태권도 생각뿐이다. 그는 “훈련이 없을 때는 주로 *이대훈 해설위원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의 앞발 타이밍이나 다른 디테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 하고 싶어서 눈으로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2년생. 용인대학교 출신. 2012 런던올림픽 남자 68kg급 은메달 등 국제대회 다수 입상. WT 갈라 어워즈 올해의 선수상 3회 수상.

 

경기장 안에서의 서 학우는 매우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간다. 이로써 자신보다 신장이 큰 선수들을 상대로 공격 주도권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물론 쉴 틈 없는 공격만이 능사는 아니다.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서 학우는 “밀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커버(가드)가 많이 열린다. 상대가 툭툭 던지는 발끝에 걸려 불필요한 실점을 허용할 때가 많다”며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이를 중점적으로 보완하고 있음을 전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이 선수들을 넘어야 한다

파리올림픽 개막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서 학우는 올림픽 랭킹 관리에 여념이 없다. WT는 *올림픽 랭킹을 기준으로 올림픽 본선 대진을 배정한다. 본선은 16강 토너먼트로 치러진다. 본선 진출자 가운데 올림픽 랭킹 상위 8명은 상대적 순위에 따라 각각에 맞는 시드를 받는다. 나머지 인원은 추첨을 통해 자리를 가린다. 따라서 8위 안쪽을 유지하는 선에서 특정 순위에 머문다면 원하는 대진을 얻을 확률이 높다.

*통상적인 순위 산정 시점은 올림픽 개막 당월 또는 직전월.

 

서 학우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4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3위로 오르거나 6위 이하로 떨어지면 결승 진출 전 칼 니콜라스(미국)를 만날 확률이 높다. 니콜라스는 현재 올림픽 랭킹 2위로, 서 학우 입장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다. 발기술이 원체 변칙적이고 화려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신경 써야 할 변수가 많다. 또한 그와는 아직 국제무대에서 만난 적 없어 더욱 부담이 크다. 서 학우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을 치르는 동안 올림픽에서 겨룰 만한 선수들은 이미 다 만나봤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한다면 (파리올림픽에서) 충분히 금메달도 가능할 거라 믿고 있다. 다만 니콜라스는 아직 정보가 많이 없어 최대한 피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니콜라스 제외, 서 학우 스스로 꼽은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견제되는 상대는 두 명이다. 올림픽 랭킹 1위 알레시오와 5위 엘샤라바티가 현재 그에게 경계 대상 1순위다. 그러나 파훼법 또한 이미 마련한 서 학우다.

 

알레시오는 체급 내에서도 신장이 큰 편이다. 앞서 밝혔듯 서 학우는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강하게 압박을 가져간다. 긴 리치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코너로 몰아 주도권을 잡는다. 그의 말마따나 공격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열리는 커버만 잘 보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엘샤라바티는 기술이 좋고 몸놀림이 빠르다. 특히 앞발로 들어오는 옆차기 커트 속도가 일품이다. 서 학우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엘샤라바티가 자유롭게 주특기(앞발 커트)를 꺼낼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경기 내내 그의 앞발을 견제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서 학우의 파리올림픽 전망은 분명 밝다.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이후로도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2월 9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024 캐나다 오픈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부터 18일까지 펼쳐진 2024 US 오픈에서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또한 서 학우는 파리올림픽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상대들을 이미 대부분 이겨봤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어 스스로의 플레이에도 확신이 생겼다. 본선 대진까지 그의 바람대로 흘러간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꿈은 아니다.

 

효심에서 출발한 울산 토박이 소년의 태권도 인생

서 학우는 2003년 12월생으로,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현재 만 나이 20세다. 한국체대 입학 전까지는 울산에서만 나고 자란 토박이였다. 그는 울산스포츠과학중에 다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울산동평중으로 전학을 갔다. 이후 울산스포츠과학고를 거쳐 우리 대학에 진학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듣고 자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 학우에 따르면 어릴 적 그는 지지리도 태권도에 재능이 없었다. 그의 지난 태권도 인생은 소년만화처럼 부딪히고 성장하기를 거듭했다.

 

그가 처음 태권도를 배운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그의 아버지 아래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 또한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20대 때부터 일찍이 도장을 운영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서 학우는 태권도에 뜻이 없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취미로만 즐겼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12년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겨루기 대회에 참가했다. 워낙 운동신경이 없던 터라 결과는 엉망이었다. 큰 생각 없이 나간 대회였기에 서 학우는 주눅 들지 않았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마음에 걸렸다. 한동안 그의 아버지는 주변에서 “관장 아들도 별거 없네”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서 학우는 본인 때문에 아버지가 그런 말을 듣는 게 미안하고 싫었다. 재능은 없어도 효심은 넘쳐 제대로 태권도를 수련해 아버지의 기를 세울 날을 기약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 서 학우는 선수로서 띠를 고쳐맸다. 남들보다 발전이 더딘 대신 어린 나이부터 땀방울의 가치를 알았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미트를 찼다.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별명은 이때부터 그를 따라다녔다.

 

시간이 흐르자 지난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점점 쌓이는 메달 개수가 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전관왕을 휩쓸기까지 했다. 덕분에 평소 꿈꾸던 한국체대 진학도 수월하게 이뤄졌다.

 

대학에 오고 나서도 그의 성장세는 멈춤이 없었다. 입학 직후까지만 해도 서 학우는 무명 선수에 가까웠다. 그가 지금처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리라고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이라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그러다 2022년 6월 무주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비결 연습, 그리고 또 연습

연습벌레 서 학우는 좌우명도 남다르다. 평소 따르던 고등학교 코치가 그에게 해준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겼다. “노력하는 데 드는 고통보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오는 고통이 더 크다”는 말만큼 그에게 잘 어울리는 문장은 없다.

 

그런 서 학우에게 지난 한 해는 선수로서 성장통을 겪는 시기였다. 앞서 얘기했듯 서 학우는 2022 무주 월드그랑프리 챌린지 우승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그래서 상대에게 분석 당한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무주 대회 이후로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만나는 선수마다 서 학우가 뭘 할지 훤히 안다는 듯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로 인해 서 학우는 적지 않은 시간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이번에도 서 학우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상대 선수의 분석이 무의미해질 때까지 연습, 또 연습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거두며 그간 마음고생을 씻어내렸다. 서 학우는 “나를 간파한 상대에게 평소 주특기인 턴차기와 뒤차기를 성공시켰을 때 정말 짜릿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생도 다음 생도 오직 태권도만

서 학우에게 태권도는 인생 그 자체다. 평생 태권도 하나만 보고 달려왔고, 앞으로도 태권도판을 떠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선수 생활 은퇴 후에는 코치로 일할 생각이다. 전에 이대훈 해설위원과 한번 겨뤄본 적이 있는데, 그에게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다. 이미 은퇴한 상태였음에도 순간순간 디테일이라던지 타이밍이 완벽에 가까웠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내게 가르침을 받는 선수들에게 벽을 느끼게 해줄 예정”이라고 웃었다. 이어 다시 태어나도 태권도를 하겠냐는 질문에도 “당연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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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체육대학보(https://news.k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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